권위자의 견해와 과학적 증거, 임상적 의사결정의 중심이동
임상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기초를 두는 두가지 근거를 제시한다면, 권위자의 견해에 따르는 의견 중심적 접근과 과학적 증거에 따르는 근거 기반 접근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근거기반운동은 현대의 폭발적인 과학적 지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임상에 대한 실제의사결정과정에서 과학적 근거의 활용이 미흡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Evidence-Based Medicine Working group, 1992). 의학, 간호학, 보건학, 사회복지학 등 인접분야에서 시작된 근거기반 운동의 영향을 받아 심리학 내에서도 2000년대에 접어들어 근거기반 실천(Evidence-Based Practice: EBP)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미국심리학회에서는 2005년 근거기반 실천에 관한 태스크 포스(Presidential Task Force on Evidence-Based Practice)를 발족하였고, 심리학에서 근거기반 실천을 “임상적으로 숙련된 치료자가 환자/내담자의 필요, 가치와 선호 등 맥락을 고려하여 연구를 통해 확보된 최선의 증거를 통합하고 적용하는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다(APA Presidential Task Force on Evidence-Based Practice. 2006).
근거기반 실천을 지탱하는 두 축으로 근거기반 평가(Evidence-Based Assessment:EBA)와 근거기반 치료(Evidence-Based Treatment: EBT)가 있다. 근거기반 평가와 근거기반 치료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실제 근거기반치료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치료 성과에 대한 다면적인 근거기반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심리학 내의 근거기반 실천은 치료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어 왔다(Hunsley and Mash, 2005, 2007: Jensen-Doss, 2011). 또한 그간 임상 현장에서 사용하고 교육해 온 다양한 심리검사들이 최근의 과학적 증거와는 다소 유리되어 관성적으로 유지되어 온 측면도 있다(Childs & Eyde, 2002: Piotrowski, 1999). 그러나 평가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성이 과학적인 증거로써 입증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증가하는 추세라, 근거기반 평가의 보급과 확산은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근거기반평가도구의 기준
Hunsley and Mash(2018)는 어떤 평가도구가 근거기반 평가도구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good enough principle)으로, 규준, 내적 일관성, 평정자간신뢰도, 검사-재검사 신뢰도, 내용타당도, 구성 타당도, 타당도 일반화, 치료 변화 민감도, 임상적 유용성의 9개 범주를 제안한 바 있다. 아울러 이들은 각 범주에서 적절(appropriate), 양호(good), 우수(excellent)로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적절’은 평가도구가 적어도 과학적 엄밀성의 최소한도를 충족한다는 것을, ‘양호’는 평가도구가 대체로 견고한 과학적 지지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수’는 평가도구에 대한 광범위하고 높은 수준의 지지 증거들이 축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정도를 적절, 양호, 우수로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각 범주마다 기준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내적 일관성의 경우 크론바흐 알파(Cronbach α)가 0.709 ~0.79라는 증거가 우세할 경우 적절한 것으로, 0.80~0.89라는 증거가 우세할 경우 양호한 것으로, 0.90 이상이라는 증거가 우세할 경우 우수한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기준은 다소 임의적인 것이며, 9개 범주를 모두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평가도구는 찾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 중 다수 요건을 갖춘 평가도구라면 광의적인 의미의 근거기반 평가도구(Evidence-based Assessment)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발간한, 근거기반정신건강평가도구. 근거기반 평가의 정의. 제 1부 근거기반평가개괄 p. 18 ~p. 19.에서 인용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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