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나, 다만 그 합의가 손해발생의 원인인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원 1989. 7. 25. 선고 89다카968 판결 및 1991. 4. 9. 선고 90다16078 판결 참조).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9, 10호증, 을 제1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제1심 법원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생후 만 3세 8개월인 1993. 10. 18. 당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골간부골절상, 안면부 찰과상 및 열상, 뇌좌상 등의 상해를 입고 같은 달 19.부터 같은 달 29.까지 카톨릭의과대학 성빈센트병원에 입원하여 위 상해 부위에 대한 치료를 받고 퇴원하여 통원치료를 받다가 외상이 치유되자 원고의 모인 소외 1는 1994. 1. 8. 피고와의 사이에 자동차종합보험약관의 지급기준에 의한 금액인 금 319,600원을 지급받으면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을 제1호증)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한 사실, 그런데 원고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그 후 수면장애, 기억력과 집중력 장애 등 외상 후 스트레스성 정신 장애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 그것이 점점 악화되어 현재까지도 호전되지 아니하여 맥브라이드 노동능력상실평가표 Ⅶ-B-2-b 항목에 해당하는 28%의 노동능력상실이 예상되고, 또한 우측 이마와 눈썹 부위에 6.5cm×0.5cm의 반흔이 있어 향후 금 3,000,000원 정도가 소요되는 반흔절제술을 받아야 하고 그 수술 후에도 추상장해로 인하여 국가배상법 시행령 제12급 제13항에 해당하는 15%의 노동능력상실이 예상되고 이를 종합, 평가하면 38.8%의 노동능력상실이 있고 이로 인한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가 금 44,491,668원 정도에 이르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위와 같은 손해는 원고의 모인 소외 1가 원고를 대리하여 위와 같이 합의함에 있어서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 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위 합의금액으로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중대한 손해라고 보이고, 따라서 위 합의는 합의 당시 예견할 수 있었던 후유장애에 관하여만 유효하고 그 범위를 넘어서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소외 1와 피고 사이에 위 합의가 이루어진 경위와 합의의 효력에 관하여 좀 더 심리를 한 다음, 이 사건과 같은 후유장애의 경우까지도 예상하여 그 손해배상청구를 포기하기로 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인데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위 합의에 따른 효력을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의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포함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다423 판결 [손해배상(자)] )